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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홋카이도 여행

1. 홋카이도 대모험 (2014.08.31)


예상외로 차가 막히는 바람에 비행기 시간에 5분이나 늦어버렸다. 그래도 늦은사람을 기다려주다니. 비행기는 1분이라도 늦으면 자비심없이 시간되면 가 버릴줄 알았는데, 계속 기다리고 있다면서 30초 단위로 전화해주던 진에어. 서비스가 제법이다(...) 조금은 감동까지했다. 공항의 에딩거를 못 마신게 좀 아쉽지만 뭐, 갔다와서 마셔도 되니까. 늦어가지고 수속도 까딱하면 못할 뻔 했고 당연히 사진한장 못 찍고 인천공항을 미친듯이 뛰어다녔다. 그렇게 전력질주를 오래해본건 군대이후로 처음 아니었을까. 패망한 나의 심폐지구력이여.... 면세점...은 어차피 살 것도 없었으니까 크게 아쉽진 않다.


보통 비행기 안에서 찍는 창밖의 하늘사진도 통로쪽 이라 못찍음[...] 어쨌든 도착하고 나니 도라에몽이 맞아준다.


JR선을 타기 위해서 가는 길


통로를 지나니 먹거리와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진짜로 일본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나는 순간.


사스가 홋카이도. 홋카이도의 명물하면 게...인데. 가격이 어처구니 없이 비싸긴 하지만, 저 크기를 감안한다면 납득이 못갈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일본 여자들은 니삭스 정말 좋아한다. 물론 나도 좋아한다[...] Win-Win


3일간 홋카이도의 JR을 질리게 탈 수 있는 레일패스를 샀다. 근데 이게 가격이 미친 15,000엔임;; 뭐 어쨌든 이게 제일 저렴한 방법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이걸 사고 처음 행선지인 오타루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여행에 빠질 수 없는 맥주. 삿포로 클래식은 위에 빨간글씨로 써있지만 홋카이도 한정이라고. 한정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치고는 편의점 어디에나 있는 만만한 맥주인데, 맛이 평타이상은 되는지라 체류기간 내내 뻔질나게 먹었다.


기세 좋게 맥주를 한잔 따고 창밖을 바라보는......기차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오타루까지 가는 차편은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라서, 기차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지하철에 가까웠다.;; 출근하는 직장인, 학교가는 학생들이 우르르 탔는데 참.... 저 아저씨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나였어도 아침에 출근하는데 누군가가 자리에 앉아 맥주나 꿀꺽꿀꺽 마시고 있다면, 대체 뭐하는 사람이지 싶었을거다.


오타루까지 가는 길은 죄다 깡 시골같은 역이라 이렇게 좀 다 녹슬고 낡아있다. 이건 뭐 빈말로라도 정취나 분위기는 없고 그냥 페인트 칠좀 다시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밖에 들지 않음.


오타루까지의 철길은 해안선을 끼고 돌기 때문에, 이렇게 탁트인 바다가 옆에 계속 있다. 하지만 이런 풍경도 매일 본다면 무뎌지겠지.


1시간 남짓 걸려서 오타루 도착.


본격 오타루 시내구경. 뭐,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어서 몇 바퀴만 돌아도 대강 볼 건 다 본다.


....스릴러 가라오케. 도대체 무슨 컨셉의 가게인가...


오타루하면 안 볼 수가 없는 운하.....인데 생각보다 별거 아니다. 뭐 물 보고 기분나쁜 사람은 없겠지만[...]


사실 오타루운하보다 여기가 목적이었다. 오타루의 지비루(地ビール, 지역 특산 맥주? 정도)를 마시러 오타루 비어에.


가게는 무슨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종업원들도 중세시대 술집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입을 법한 옷들을 입고 있었다. 일본적인 섬세함과, 일본적인 어설픔이 동시에 존재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저 가운데 보일러같이 생긴게 발효시키는 통이라고 하던데, 그냥 인테리어인지, 실제 쓰이는 건지, 그것까지는 물어보지 못했다. 관리상태가 괜찮은 걸로 봐서는 진짜로 쓰는게 아닐까 싶음.


가게 한구석엔 이렇게 지비루들이나 주석잔 같은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아무튼 맥주 한 사바리. 오타루 비어 둔켈. 둔켈치고는 좀 상큼하고 가벼운 맛이다.


둔켈 해치우고 헤페바이저도 하나 더. 이건 반대로 헤페바이저 치고는, 바디감이 있고 묵직한 맛. 둘 다 나쁘진 않았지만 둔켈과 헤페바이저의 맛 성향이 뒤바뀌었으면 더 괜찮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생각해보니 일본에 도착한지 몇시간도 안됐는데 대낮부터 맥주를 3잔이나 마셨다. 나오면서 맥주 맛있었다고 인사한번 해주고 오타루 비어를 나옴.


숙소 게스트하우스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는데, 그래도 항구도시니까 바다를 보러 잠깐 나왔다(운하에서 가까움). 바다 비린내를 맡은게 얼마만인지.


숙소까지 가는길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매우 적절한 거리.


도중에 배고파서 라멘 한그릇. 사스가 본토 라멘들은 기본적으로 평타 이상은 치는듯 했다.


다시 숙소까지 가는길. 뭔가 3명의 청년들이 열심히 사진을 전시해놓고 있는데, 뜬금없는 로리타 코스프레 사진도 좀 섞여있었다[...]


외관은 전혀 21세기스럽지 않은 21세기라는 이름의 가게. 뭐하는 곳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숙소 근처의 길.


꽃이 예쁘길래 의미없는 감성사진 한방.


오늘의 숙소 'The Otarunai Backpackers' Hostel Morinoki' 길기도 하다... 보통은 짧게 모리노키(杜の樹)로 부름.


숙소 입구.


좁은 집에 여러가지 것들을 정말 재주도 좋게  우겨넣은 게스트 하우스다. 이래보여도, 의외로 비 품같은건 여행도중 다녔던 어떤 게스트하우스 보다 충실했다. 게다가 숙박료도 저렴(2,800엔). 정말 그냥 아는 사람 집에 처음보는 사람들 몇 명과 얹혀서 자는 느낌이 들 정도로 괜찮았던 곳.

재미있게도, 아까 오타루 비어에서 일하던 여자 스탭 중 하나가 이 게스트하우스 주인이었다. 오자마자 갑자기 아까 봤다면서! 자기 기억안나냐고 하길래 누구지.... 하다가 돌이켜 보니, 맥주 마시고 나오면서 "맥주 맛있었어요." 라고 한 마디 인사하고 나왔는데, 그 인사 받은 스탭이 게스트 하우스 주인....우연이지만 꽤 신기한 일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 내외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 예전에는 웰시코기 개도 있었다고.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오타루 시내 구경하려 나감.


그래도 밤 중의 오타루운하는 꽤 볼만했다. 맥주가 좀 땡겨서 다시 오타루비어로 들어가서 맥주 두병과 안주를 해치우고 숙소로 귀환. 귀환하고 오면서 에비스가 있길래 한캔 사가지고 옴.

일본와서 12시간쯤 됐는데 맥주만 2-3리터 가량 마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