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고 체크아웃 준비를 하다보니, 기념품 같은걸 팔고 있는 찬장이 눈에 띄었다. 저 고양이 이름이 모모짱 이었음. 아무튼 에지간해선 이런건 잘 안사는데 워낙 브로치가 이뻐가지고 500엔주고 샀다. 집주인이 저게 나름 인기있는 품목이라 마지막 남은거 라고 하더라.
아무튼 다음 행선지인 하코다테로 이동하려다가, 아침인데 뭔가 간단하게 먹으려고 보니 그럴만한 가게가 없어서(...) 그냥 열고있는데 아무데나 들어가니 카레집. 맛은 있었는데 아침으로 먹기엔 과했다.
오타루에서 하코다테까지는 3시간30분정도 걸리는,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에서 대구 보다 더 멀리가는 나름 하드한 여정이다. 제대로된 기차에 탔으니 역시 삿포로 클래식과 쟈가비 하나 사서 냠냠. 아침 9시부터 맥주를....
긴 시간 끝에 하고다테 역 도착. 근데 저 개찰구 폰트 왜 저모양이니...
하코다테 역 전경. 홋카이도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인데 그래봤자 한국의 춘천? 그 정도 하는 지방 소도시 정도 규모다.(하기야 하코다테가 지방 소도시니까)그런것 치고 역사 자체는 나름 화려한 느낌.
삿포로에도 있지만, 하코다테는 정말 이 노면전차가 긴요한 이동수단이다. 다른 교통수단 필요 없이 에지간한 관광지 코스는 다 저걸 타고 갈 수 있다. 다만 배차간격이 그렇게 짧은건 아니라서 도착시간은 알아두고 있어야 한다. 한 번 탑승에 거리에 따라 210~280엔 정도의 요금인데, 몇 백엔 정도 내면 1일 패스같은걸 끊어서 하루동안 몇 번이고 탈 수 있다고 하더라. 물론 이렇게 중요한 정보는 나중에 하코다테를 떠날때 즈음 알았다(...)
그렇게 노면전차에 올라타서 도착한 곳이, 하코다테의 유명한 관광지 모토마치(本町) 올라가는길. 꽤 경사있는 곳에 있는데, 이곳은 예전에 일본 개화기 시절의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나름의 정취가 있다.
이 요상하게 화려한 건물은 모토마치의 건물들 중에서도 특별하게, 입장료(300엔)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정확히 뭐 하는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진에는 잘 안 보이는데, 2층에 있는 여자들이 진짜로 무슨 중세시절 귀부인들이나 입을 법한 옷을 입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모토마치 정상에 올라가니 항구도시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인다.
거리를 걷다보면 아이스크림 가게가 꽤 많이 있었는데, 아줌마들이 한국말로 아이스크림 맛있다며 하나 사먹어 보라고 난리였다. 맛은 꽤 있었음.
일직선으로 쭉 내려가면 바로 바다가 보인다.
성당인가 성공회 교회인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종교건물들도 듬성듬성. 일본의 대주교 성 니콜라이...근데 1912년이면 나름대로 근대사 시절인데 중세시절 성화처럼 그려놓은 이유는 뭘까;
이건 정교회 건물.
일본의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고층건물이 별로 없어서 하늘이 넓다는 느낌이 딱 하고 온다. 난 예전에 하늘이 넓다는 말이 이해가 잘 안갔는데, 여기와서야 비로소 그게 어떤 말인지 알 수 있었다.
모토마치 구경을 끝내고 하코다테의 숙소로 귀환. B&B 펜션 하코다테 무라. 시설도 괜찮고 주인집 아주머니가 매우 친절하다. 다만...여기서 방명록에 이름을 적을때 알아챈 것이다. 여권을 분실한 것을(...) 이거 정말 큰일이다 싶어서, 한 1-2시간 동안 방안에 처박혀서 여권을 분실했을 때의 행동지침을 미친듯이 검색했다. 그 결과 -
일단 일본에서 여권을 분실했을 경우, 모든 여행 일정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사태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첫째로 근처 경찰서로 가서 '분실증명서'를 발급받는다. 경찰서에 가서 얘기하면 내가 어떠한 사람이고 언제 어디서 이러한 물건을 분실하였습니다 - 하는 증명서를 떼준다. 뭐 관공서 업무가 다 그렇듯이 시간이 드럽게 오래 걸리고(빨라도 1시간정도), 특히 일어를 못한다면 두 세배는 더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야함. 주의해야 할 것은 '경찰서'로 가야 일이 그나마 빨리 끝나지, 파출소에 해당하는 코반(交番)에 가면 증명서 발급에 2-3일이나 걸린다.
그렇게 분실증명서를 발급받으면 그걸 가지고 한국의 영사관(대사관이 아니다)으로 가서 여권 분실을 신고한다. 근처에서 여권용 사진도 2-3장 찍어야 하고.그러면 보름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단수여권을 재발급해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여행증명서'를 발급해준다. 여행증명서는 빠르면 당일, 늦어도 익일까지는 발급해주는데(다만, 주민증이나 운전면허증 같은 자신의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 없으면 신원확인에 또 엄청 오래 걸림) 이 문서가 출국할 때에 여권을 갈음하는 증명서가 된다. 단, 1회용이고 한국으로 귀국할 때만 쓸 수 있다.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는 여정이라면 말짱 꽝이란 소리.
아무튼 원래는 하코다테에서 2박을 묵으려 했건만, 홋카이도의 한국 영사관은 삿포로에 있는 고로 눈물을 머금고 내일 삿포로로 귀환하기로 결정....
여권분실로 인한 심적인 부담과, 하루죙일 모토마치를 걸어다녀서 그런지 배가 무지하게 고팠다. 그런데 숙소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캘리포니아 베이비가 있었다. 유명한 카레집이라고 한국에서 본 기억이 있어 얼씨구나 들어갔다.
가게는 옛날 미국의 레트로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일단 카레를 주문하고 에비스 흑맥주 한잔. 이거 꽤 괜찮다.
....생각보다는 맛 없었음(...) 그냥 보통의 카레느낌이었는데, 심지어 카레가 부족하다고 더 달라하니까 서빙보던 할아버지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그럼 100엔 추가한다카길래 걍 그러라고 했다.
여권분실의 바보짓으로 말미암아 하코다테의 일정이 쪼그라든 고로, 하코다테에서 남은 시간동안 뭘 할까 하다가 야경을 선택. 세계 3대야경이라니, 어느 정도일까 기대가 컸다. 야경을 보려면 하코다테 산의 정상까지 올라가야하는데 3가지 선택지가 있다. 버스, 택시, 로프웨이. 보통은 로프웨이를 타고 가고, 버스는 따로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택시는 다들 예상하겠지만 오질라게 비싸다(...)
로프웨이를 타고 가려고 보니 사람이 진짜 드릅게 많았다. 노인부터 유치원 애들까지 단체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는데, 의외로 예상 했던 것 보다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 로프웨이 가격은 편도 800엔, 왕복 1,600엔. 비싸다면 비싼 가격이지만 뭐 야경이 그만한 값을 해주겠지.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서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고 있자니 진짜 대단한 광경이었다. 카메라로 연신 찍어댔는데 이 2장이 그나마 괜찮게 나온 사진이다. 아무튼 1,600엔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야경. 다만 산 정상이라서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추웠다는게....
거기다가 사람들이 이렇게 득시글댄 것도 좀....뭐, 그래도 이런것들을 다 눈감아 줄 정도로 괜찮은 야경이었다는 데서 위안을.
로프웨이를 다시 타고 내려왔는데, 조금만 돌아가면 모토마치가 있어서 밤에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 일부러 좀 돌아왔다. 기대와는 달리 사람이 없으니 귀신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그나마 여기가 좀 밝았다. 천주공교회....마리아 상도 있는것으로 보아 아마도 성당으로 추정.
하코다테의 유명한 맛집중에 하나인 럭키 삐에로. 햄버거가 맛있다고들 하는데 햄버거 같은건 먹을 기분이 아니라서 그냥 사진만 찍었다. 이때쯤엔 거의 문 닫을 시간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지만, 낮에는 꽤 줄도 많이 서있다.
럭키삐에로 옆의 자판기. .... 선택권 따위는 없다 이말인가(...) 정말 자의식이 흘러넘치는 자판기이다. 이 박력에 압도당해서 무슨 맛인가 한번 마셔봤는데, 그...박카스에 환타를 섞은 맛 비슷했다.
근처 항구에서 밤 바다 한번 촬영. 밤이 되니 다시 잃어버린 여권 생각이 나면서 머리가 아파왔다(...)
다시 숙소로 귀환. B&B펜션 하코다테무라의 내부다. 몇백엔인가 돈을 내면 아침밥도 해주고, 밤이나 저녁엔 이렇게 아기자기한 로비나 정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있다. 역시 하루의 마지막은 맥주로 마무리 해야겠기에 삿포로 클래식과 주전부리를 사들고 잃어버린 여권 생각을 반복하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고 마음 먹고 방으로 돌아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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