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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홋카이도 여행

4. 홋카이도 대모험 (2014.09.03)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내가 묵었던 방 이름이 치도리였다....


여권을 되찾으러 아침일찍 일어나 삿포로 역에서 오타루로 출발.


기차시간이 좀 애매하게 남아서 브런치....굉장히 성의없고 맛없어 보이는 샌드위치였는데, 실제로도 맛없었다...


경찰서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들어가서! GET! 나의 여권!!! 패스포트!! 여러분 여권 잃어버리지 않게 주의해야합니다. 진짜 조땝니다. 일본에 와서 경찰서를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거 참...


여권도 되찾고 기분 좋은 상태에서 홋카이도 대학으로 감. 진짜 엄청나게 큰 대학이었다.


이것만 보면 무슨 국립공원이나 수목원 같지만 대학의 일부일 뿐(...)


어떻게 가도가도 끝이 없다


법학부와 공공정책 대학원


걷다가 지쳐서 중간에 있던 연못 근처에서 잠시 쉬었다. 참고로 꽤 오래 걸었는데 3분의 1정도도 횡단하지 못함(...)


유유자적 놀고 있던 오리새끼들. 사람이 가까이 가도 별 반응 없던 대범한 녀석들이었다.


한참을 걷다 지쳐서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제부터 발이 좀 아픈것이, 어떻게 된건가 하고 보니까 세상에 발가락에 물집이 작게 잡혀있는게 아닌가. 물집은 초기에 잡아야지 냅두면 손 쓸 수 없이 커진다는걸 군필자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는고로, 밴드를 사러 약국으로 감. 


.....이거 콘돔이다...

아무튼 밴드를 사려고 보니까 싼 걸로 사도 400엔이라는 꽤 비싼돈을 주고 사야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싶어서 카운터에 가니 800엔이란다(...) 외국인은 의료보험이 적용이 안되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 갈 수 밖에... 잔디밭으로 돌아와, 물집을 핀으로 터뜨리고  소독약을 바른다음 밴드를 두르니 한결 나아졌다.


근데 까마귀 가까이서 보면 정말 크다. Crow가 아니라 Raven같은 느낌.


이미 한국에선 사멸해버린 오락실이 있길래 드가서 해봤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일본 게임센터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양.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추정컨대 카드 대전게임이 정말 많았다. 역시 대세는 카드게임인가....


반면 썰렁한 격게 자리. 철권이나 좀 하던데 그것도 그리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십덕의 향연.....



배가 고파져서 나와서 또 밥을 먹으러.


소바는 그럭저럭이고 저 옆에 튀김얹은 밥이 맛있었다. 기억에 남는건, 옆에 있던 아저씨도 나와 동일한 메뉴를 똑같은 시간에 받았는데, 동시에 먹기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아저씨는 내가 밥을 먼저 해치울 동안 소바까지 다 먹어버린 것이다(...) 나도 밥은 깨나 빨리먹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상대도 안되는 속도. 이건 거의 뭐 원샷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빨간 벽돌로 유명한 홋카이도청사. 옆에는 작은 연못 2개가 있다. 물 보고 기분나쁜 사람은 없죠 예. 이걸 보고나서 다시 한낮의 스스키노로 발걸음을 옮겼다.


실내야구장인듯.


곰 박제. 와 근데 진짜 가까이 가기만해도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저 발에 한번 맞으면 아주 골로 가시겄어....


도난당한 버스.... 도남(道南)을 일어로 음독하면 도난(...)


숙소에 잠깐 와서 휴식을 취했다. 어제 급하게 예약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하루 더 연장하기로 했다. 같은 방에서 연장하는건 안되고 체크아웃 한 뒤에 새로 다시 체크인하는 방식으로. 방이 바뀌었는데 방 이름이.............................


다시 삿포로 시내로


가다가 본 맥주집. 생전 처음보는 맥주를 많이 팔고 있길래 위치를 기억해두고 좀 있다 오기로 결정.


.........이건 대체 무슨 택시....


화려한 스스키노의 밤


일본의 호빠(...) 재미있는건 일본에서 '세련되고' '잘나가는'남자들은 아직도' 이러고 다닌다. 사실 얘네는 사진상으로나마 얼굴이 나쁘진 않은 애들이라 그나마 봐줄만한거지, 실제로는 길거리 걸어다니는 저 호빠스타일 남자들은 저것 보다 훨씬 더 끔찍하다(...)

그런걸 보면서 한일 양국의 스타일의 차이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을 했다. 뭐랄까, 한국은 빠른 속도로 변하는 거대한 유행이 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유행을 따라가며 전반적으로 비슷한 모습이 된다. 그런데 일본은,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옛날(대충80년대후반~90년대)의 몇 개의 스타일이 유지되고 있다.(그래서 촌스럽다) 게다가 그 스타일을 자신에게 어울리든 어울리지 않든 매우 철저하게 지키는 느낌. 양아치는 양아치의 스타일이 있고, 호빠는 호빠의 스타일이, 스포츠맨이나 운동선수도 마찬가지. 그래서 한국과는 다르게 일본남자는 딱 보면 어떤 사람인지 대충 감이 온다.

아, 개중에 정말로 한국기준으로 봐도 세련된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정말 100명에 1명꼴도 안될정도로 극히 드물다;;


....무슨 자전거 바퀴가 오토바이같은 위엄을..


아까 봤던 MANDA라는 이름의 맥주집으로 다시 복귀해서 한잔 시켰다. 어떤 맥주인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아마도 벨기에쪽 헤페바이젠 맥주였던듯.


가게 전경. 런던프라이드 드래프트 비어를 마시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다 떨어졌다고.....


홉고블린의 홉이 맥주의 홉일까?(...)


다시 헤페바이젠 한병. 존맛...


초콜릿 맥주라고 하던데, 먹진 않았다. 이 가게에서는  옆에 앉아있던 여자와 집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 많이 했다. 일본어는 어디서 배웠냐, 만화나 드라마 중에 좋아하는건 뭐냐, 홋카이도에서 맛있는거 많이 먹었냐 등등...


윗 가게는 12시까지 한다길래 11시반쯤에 나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또 맥주집을 찾아서 들어갔다. 뭔가 정중하고 Bar같는 느낌이었던 이전 가게와는 달리, 이번 맥주집은 자유로운 분위기의 트로피컬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가게 주인내외는 매우 친절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바에 앉아있었던 다른 손님들과도 정말 오랜시간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가게를 가지고 있다는게 부럽다고 하니, 아직 대출금이 남았다면서 웃더라. 그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맥주를 남에게 파는 일이 좋으며 매일매일 기분이 최고라고 즐거워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슬슬 취해서 일어나려고 하니 나중에 홋카이도에 오면 애인과 같이 여기에 들리라고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도수 높은 맥주를 많이 마셔서 머리가 좀 어지러웠지만 기분좋게 취한 상태로 숙소로 귀환하여 일본의 마지막날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