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돈이 없었던 고로 간단하게 마실거나 하나 사러 갔다가 편의점에서 본 사진. 2013년이니 1년전인데, 썩어도 준치라고 GLAY 아직 정정하신 듯. GLAY는 멤버 전원이 하코다테가 고향이며, 그 듣보잡 동네밴드부터 출발해서 일본 락씬을 주름잡는 대형밴드로 성장한,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경력을 지니고 있다. 덕분에 일본 인디 밴드들 사이에서는 전설적인인 존재라고...
회사에서 누가 홋카이도의 우유가 맛있으니까 꼭 마셔보라고 해서, "아니 우유가 맛있어봐야 우유 아닌가." 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맛있다! 맛을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는데 정말 맛있었다. 병우유!
어젯 밤에 여권생각으로 머리를 굴려본 결과, 열차 안에서 두고내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삿포로에서 하코다테까지 오는 기차는 하코다테가 종착역이니, 분실물이 있다면 혹시 역에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침일찍 노면전차를 타고 하코다테 역까지 가서 역무원에게 분실물 중에 여권이 있냐고 물어봄. 5분정도 기다렸는데 결론은 '없습니다...' 나름 회심의 한 수 라고 생각했는데, 허탈한 마음을 안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좀 일찍 나왔으니 차 한잔 괜찮겠지 싶어서 정원을 바라보며 차 한잔. 짐을 챙겨서 체크아웃하고 다시 이른아침부터 삿포로로 귀환.
기차에선 다시 에비스와 쟈가비.
다시 삿포로 역에 도착. 진짜 엄청나게 크다(...)
삿포로 경찰서까지 걸어갔는데, 한낮의 직사광선이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따로 모자도 챙겨오지 않은지라 이거 뭐...가다가 공원을 봤는데 무슨 공원이 어처구니 없이 큰것이다. 나중에 보니 공원이 아니고 홋카이도대학 부설의 식물원 같은 거였다. 공원의 넓이도 넓이지만, 수령이 족히 수백년은 되어보이는 듯한 거목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는게 정말 인상적.
목적지인 삿포로 경찰서에 가서, 분실증명서를 발급받았다. 대충 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체계는 없지만 그나마 가벼운 회화는 되던 일어실력이 빛을 발했다(...) 참고로 나이에 29세라고 적혀져 있으니 그 와중에도 기분이 살짝 좋은 것이다....
이후 경황이 없어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근처의 영사관까지 뛰어갔다. 가니까 인자하게 생긴 아저씨가, 있었고 여권을 잃어버려서 왔다고 하니
'아, 서강민씨? 여권 오타루 경찰서에 있다고 연락 왔어요.'
이래놓고는 오타루 경찰서에다가 전화를 하고 2-3분쯤 통화하다가 오타루 경찰서에 있으니 내일 찾으러 가면 된다고 하는게 아닌가...아...정말 다행...하아... 정말 여권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다리가 탁 풀릴 정도였다. 그리고 나서 인사 하고 가려는데, 오타루 여경이 한국말을 할줄 안다고 하면서 나와 통화하고 싶다 하여 몇 마디 나눴다. 뭐 누구시냐 언제 오실거냐 하며 별 얘긴 없었는데 마지막에
'그럼 내일..오세요. 기다리고 .. 있어요.'
이런말을 들으니 살짝 설레이기도 했다(...) 여권을 찾은 기쁨에 오늘 예약한 숙소로 이동. 원래 하코다테에서 2박하려다가 하루 일찍 삿포로로 온 거라서 숙소가 마땅찮았다. 인터넷으로 찾아보곤 급하게 역 근처의 저렴한 료칸이 있길래 얼른 예약했다.
식물원 건너에 있는 나카무라야 료칸. 3,000엔 조금 넘는 정도의 가격이었는데 가격 대비 매-우 훌륭했다.
이제 여권문제도 일단락 되었고, 오타루야 뭐 한시간이면 왔다갔다 하는 거리니 아침에 가서 여권을 되찾아 오기로 했다. 상쾌한 마음으로 삿포로의 스스키노로 발길을 옮겼다.
숙소에서 스스키노 가는 길거리에 있는 오오도리 공원. 커플천지라서 속이 좀 뒤집히는 것 빼고는 예쁜공원이다.
까마귀 샷.
생각해보니, 여권 문제 때문에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도통 뭘 먹지를 못한게 생각이 났다. 제 때 밥 안챙겨먹는 습성이 여기 온다고 뭐 바뀔리는 없겠지만. 아무튼 먹자 골목 비슷한데로 들어가서, 아무거나 하나 먹으려고 하는데
징기스칸 집 발견! 그래 홋카이도 왔는데 게는 못먹어도 양고기는 먹어야지!
양고기는 생각했던 것 보다 부드럽고 맛있었다. 음 뭐랄까 소고기에 가깝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사람들이 왜 징기스칸 맛있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징기스칸 집 중에 제일 유명한데는 조금 더 가서 있는 스스키노의 다루마(だるま)지만, 거기는 줄서있는 사람이 항상 늘어져있는 곳이라, 뭘 먹으려고 기다리고 싶지는 않아서...
스스키노 거리 도착! 택시들이 줄을 서있었는데, 이상하게 일본에 와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왜 택시들이 다 하나같이 70-80년대 옛날 차들일까 하는 의문이다. 뭔가 법으로 정해져있는걸까....
스스키노의 니카 아저씨. 도톤보리의 구리코 같은 존재다. 나름 랜드마크..
게가 무슨...저게 또 진짜 게처럼 천천히 다리를 움직이던데 멀리서 보면 좀 징그럽다(...)
스스키노는 그야말로 마굴같은 동네로, 괜히 일본 3대 환락가중 하나라는 별명이 붙은게 아니다. 나머지는 도쿄의 가부키쵸, 후쿠오카의 나카스. 저 가운데에 노면전차가 다니는 대로변은 그냥 술집과 음식점, 쇼핑센터 정도로 빛의 세계지만 한블럭만 더가면 그야말로 복마전(...)이 펼쳐진다. 그 전형적인 일본 양아치들 부터, 일본 호빠 헤어스타일을 하고'내가 제일 잘나가'라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듯한 고딩들, 시커먼 정장에 인상쓰고 있는 야쿠자(추정),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어디 돈 쓸데 없나 기웃거리는 샐러리맨 중년 과장(추정), 그런 과장에 이끌려서 빨리 집에 가고 싶어하는 신입사원(추정), 그 샐러리맨 무리들을 잡아보려고 호객질하는 삐끼들, 어떻게 오늘 괜찮은 남자 한번 잡아보려는 심산인지 화장에 기합이 단단히 들어간 젊은여자들, 가슴을 반쯤 내놓고 다니는 업소녀(추정)들....
일본에서 익숙한 그림 발견. 근데 일본에서 블소 서비스 안하지 않나?..
구경도 적당히 했으니 다시 오도리 공원으로 백. 아까보다 커플은 더 많아져서 속은 더 쓰렸다....
저렇게까지 자기가 랜드마크라고 주장하는데, 한번은 찍어줘야 예의지 싶어서 삿포로 타워도 한방
다시 나카무라야 숙소로 복귀. 내일 찾을 여권생각에 행복해 하면서 맥주 한잔 들이키고 잠을 청했다...
'기록 > 홋카이도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홋카이도 대모험 (2014.09.04) (1) | 2014.09.04 |
---|---|
4. 홋카이도 대모험 (2014.09.03) (0) | 2014.09.04 |
2. 홋카이도 대모험 (2014.09.01) (1) | 2014.09.04 |
1. 홋카이도 대모험 (2014.08.31) (0) | 2014.09.04 |